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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8] 남한산성 (4)

남한산성

by [비상식량모음/책 보고]
요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격동기인것 같다.
오늘도 주식이 폭락했고 환율은 높다.
집권세력이 그토록 고대하던 '잃어버린 10년'이 돌아오는 것 같고, 전 세계 경제도 어수선한 것 같다.

선생님 아버지를 둔 탓에 경제위기나 불경기 같은 것은 사실 잘 느끼지 못하고 자라왔다.
그러나 이제 사회에 나가려고 하니 그 음산함이 느껴진다.
대학 문을 힐끔 열어 밖을 보니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그냥 뒷걸음치고 싶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나가야 할 일이다.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도 세계는 더 강력하고 나는 왜소하다.
그래서 평상심과 긴 호흠, 넓은 시야가 필요한 것 같다.
발밑만 바라보며 가서는 소중한 삶을 망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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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남한산성에서 찍은 것이다.
딱 작년 이맘때 쯤 친구들과 놀러갔었다.
그때만 해도 여유가 많았고 즐거운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좋은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 하지만 그런 안락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저 사진에 나온 두 친구는 취직하여 회사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좋은 직장임에는 분명하지만 과연 저때처럼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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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는 평화로운 남한산성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남한산성을 청나라 군대가 포위했었다.
지금은 거대한 도시가 포위해 있다.
저들은 철군할 생각이 없다. 묵묵히 그 위세를 넓힐 뿐이다.
새로 조성 중인 위례신도시는 남한산성의 턱밑까지 들이닥쳤다.  

저 숨막히는 먼지구덩이에서 나는 태어났고 살아왔다.  
주식이 폭락하고 환율이 널뛰기하는, 욕망이 들끓는 곳이다.
나는 한없이 남한산성에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내려와야 했다.
나의 집은 원래부터 도시였다.

남한산성을 내려오던 왕과 선비들의 생각을 어땠을까?
치욕스러웠겠지.
하지만 한편은 조금 안도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희희낙락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남 눈치를 보느라 그랬던게 아니라 진심으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송두리째 무너졌으니 말이다.
치욕과 안도감이 뒤섞여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럽고 답답했을 것이다.
그들이 남한산성을 내려온 일은 치욕이기도 했고 잘한 일이기도 했다.
치욕, 실리. 어느 쪽이라고 단정 할 수 없다.
그 사이에서 그들은 평생 고뇌하며 살았을 것이다.

남한산성에서 도시로 내려오고,
이제 막 안락한 대학 문턱을 벗어나려는 나도
평생 고민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평생 동안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이다.


  남한산성  김훈 지음
소설가 김훈이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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