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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5] 나를 돌게 만드는 삼성 (5)

나를 돌게 만드는 삼성

by [시국을 논함]
취업 시즌이 닥치니 정신이 없다.
계속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 이런 훌륭한 사람이오'라고 하고 있으니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지난 세월에 대해 돌아보니 자괴감 같은 것이 밀려들어 온다.
'어서 나좀 사가세요'라고 호객하는 비참한 느낌.
'그깟 취직!' 하면서 당당했던게 불과 몇달 전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비굴하게
나 좀 뽑아달라고 낑낑대고 있다니...
거기다가 기업이라는 곳에 대한 근본적인 걱정과 고민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내가 취업 시장에 나오면서 정한 작은 원칙은
'조중동과 경제신문과 삼성에는 지원조차 하지 말자' 이다.

조선일보 같은 경우는 정치 권력을 넘어서 스스로의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강자이다.
결국 모두가 조선의 훈수를 들어야 한다는 자존심은 인정해 줄 만 하지만 생각이 달라서 패스
중앙일보는 법원에 출두하는 홍석현 회장을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하지 못하도록
중앙일보 기자들이 직접 '경호'에 나선 것을 보고 이건 언론도 아닌 조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앙일보에는 내 친구가 두 명이나 근무한다.
그러므로 중앙일보에 대한 비난은 앞으로 자제할 생각이다...중앙일보는 좋은 회사다.
똥아일보는 조선같은 지조도 없이 명박이에 살랑대는 고려대 꼴통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패스..
그리고 이런 저런 경제신문의 논조는 늘
'이런저런 갈등은 그만두고 경제 성장을 위해 힘 모아 나아가야 함'이니 마음에 안들어서 패스.

조중동과 경제신문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작은 소망은 쉽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삼성.
삼성이 문제다. 
삼성의 문제점이야 잘 알려져 있지만 과연 다른 기업들이 삼성과 얼마나 다른가가 문제이다.
물론 삼성은 무노조 경영과 이건희 숭배라는 악덕이 튀는 회사이다.
그래서 삼성을 지원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회사가 삼성과 얼마나 다른지 문제다.
다른 회사들의 악행도 삼성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인데
그런 회사들에는 뽑아달라고 하고 삼성에는 지원조차 안하는 것이 온당한가 고민된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들어 삼성에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찜찜함과 고민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삼성을 희생양 삼아 나는 깨끗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불편한 상태가 계속된다.

결국 내가 늘 주장하는 대로
불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그래야 어떤 일을 하든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될 확률이라도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나 같은 좋은 조건의 사람은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고 알고 있기에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책 한권 마음 놓고 읽을 수 있는 여유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지만 그럴 수 없는 기분이라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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