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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by 히옌느 [비상식량모음/영화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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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좀 ...

(스포일러 포함)

양해훈 감독은 이걸 판타지로 만들고 싶어했다지만 뭐랄까, 이건 확실히 판타지가 아니다. 영화는 개연성 없는 부분(!)만 제외하면 정말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그걸 느껴본 세대에 자라서 그런가? 집단으로 가해지는 이유없는 폭력이라든가, 혹은 인터넷으로 현실의 문제를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거 생각보다 꽤 심각하다) 같은 것들?

제목이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라서 저수지와 치타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저수지는 그냥 저수지가 아니라 꽁꽁 언 저수지가 나온다. 일단 저수지는 영화 초반과 영화 끝에서 두 번 나온다. 처음에 카메라가 겨울 저수지의 그 막막함을 정말 실감나도록 담는데, 거기서 왠지 이 영화를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데도 나오지 않고 제목에만 나오는(내가 못 본 것일수도) 치타라는 것은 소설 타잔에서 나오는 타잔의 부하? 같은 침팬치, 그 아이를 뜻하는 것 같다. 사실 그 정 안 가는 소설이든 영화든 타잔(사실 디즈니를 통해서만 알고 있다;)에서 치타는 정말 제일 불쌍한 녀석이다. 사람 말을 좀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타잔과 제니에게 이용당하고...

사실 여기 나오는 주인공인 재휘도 그닥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 애도 사람 말을 알아듣는 침팬치에 지나지 않다. 재휘는 착하다기보단 그냥 소심하다. 착한 애랑 나쁜 애의 대립을 그리려고 했던 건 아니다. 나름 나쁜 아이(표뭐시기)도 나중에 자기 여자친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서 괴롭혔다고 하지 않았나. 어쨌든 그 애도 이유있는 악역이다. 문제는 저수지도 치타도 아니라 '건진'에 있다. 음? 건져지긴 했다. 두번 다 그 타잔(영화 속에 이름이 있지만 잊어버렸다;)에 의해 건져졌다. 고통을 준 것도 가해자고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주는 것도 가해자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단순 공식에 따라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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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임지규씨

그렇지만 역시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 사라지는 것도 이해하겠고 왜 그렇게 끝을 맺었는지 이해하겠는데, 음,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고 나서 별로 할 말이 없다. '재미있네' 이거 이상? 그런데 이게 사안이 심각한 사안인만큼 재미있네 정도로 끝내면 나 같은 소심한 사람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나 이런 일 당하면 어떡하지? 이렇게. 물론 지금까지 재휘가 처했던 상황에 있던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그저 정말 순간이동주문(현실에서 쓸 수있는, 뭐 전학이라든가) 정도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휘가 쓰는 순간이동주문은 어느 정도 감독과 주인공의 게으름의 발로인 것 같다. 뭐랄까, 굉장히 통찰력있게 관계를 분석했는데, 그래서......에 대한 말이 없다. 만약 이것이 고발영화였다면 오히려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무려 판타지!다. 나중에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재휘를 보여준다. 결국? 다른 집단으로 가면 이런 사람들은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있는 것이야? 그게 결국 가해자가 건져낸 치타일까?

사실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여자가 나오는 방식, 이었는데 이건 뭐, 이런 여자가 어디 있어! 라고 외칠 정도로 정말 판타지적인 여자다. 나름 남자친구의 친구라는 표뭐시기에게 성추행(강간인지는 확실히 안 나왔다) 당하고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기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슬픔을 감추면서 그날 밤 바로 관계를 할 수 있다니... 헉; 거의 성녀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마이너스적인 판타지가 나오는 부분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 게다가 평소에 그 여자가 나오는 방식도, 문을 닫아걸고 외부와 단절된 주인공을 구원해주는 말괄량이 천사☆처럼 나왔는데, 그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치고, 어째서 모든 것이 현실적이면서 이런 부분만 개연성이 부재한걸까. (재휘가 너무 예뻐서 갑자기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바치기로 한 건가......)

어쨌든 주인공 역을 맡은 임지규씨, 너무 귀여웠다. 꽃돌이라고 선전하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다! 몇 몇 장면에서는 정말 숨막히게 예쁘다. 특히 처음 부분에 벌거벗은 다리의 각선미... 은하해방전선에도 나온다고 하니 얼른 보러 가야지! 거의 첫 작품이나 다름없다고 들었는데, 꽤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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