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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8] 화려한 휴가... (1)

화려한 휴가...

by [비상식량모음/영화 보고]
갑자기 화려한 휴가를 보게 되었다.
라오스 친구가 국제관에서 한국 영화를 틀어준다고 하여 무슨 영화인가 가보았더니
다름 아닌 화려한 휴가였다. 허 참. 화려한 휴가라니.

나는 화려한 휴가를 보지 않았었다.
5.18에 대한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감상적이 되고 만화영화 수준의
선악구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18이라는 사건 자체가 영화를 넘어선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고
그 속에 있었던 일들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여 큰 슬픔과 감동과 운동의 힘으로 드러났는데
그깟 영화가 더 이상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를 보니 역시나 그랬다.
영화의 인물들은 광주에서 그 비현실적인 참상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고뇌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야말로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영웅의 모습으로만 그려졌다.

주인공 민우가 마지막 순간에 게엄군에게 포위되어 "폭도야 총을 버리고 항복하라"는 말을 들었을때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라며 외치고 총을 쏘다 죽는 게 아니라
총을 버리고 무릎 꿇고 항복하며 무력감과 슬픔에 비통한 눈물을 흘렸으면 어땠을까.
영웅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야 말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의 절절한 모습이 아닐까?
당시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의 심정은, 인간의 심정은 그런 것이 아닐까?

영화는 단순하게 흘러가 나의 미감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자꾸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고이려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5.18과 관련되어 한국 현대사에 버무려져 있는 모든 것들이 떠오른다.
이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같이 영화를 보는 라오스 사람과 캄보디아 사람은 영화를 보며 자꾸 킥킥댄다.
나는 눈물이 고이는데 킥킥대다니.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서 아무 이유도 없이 몽둥이를 휘두르고 총을 쏴대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장면들을 보면 웃음이 나올 수 밖에!
5.18을 모르는 사람에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웃기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몇번이나 귓속말로 이야기 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사실 이것도 웃기는 말이다.
영화는 영화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다큐멘터리 역시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다.
영화를 통한 영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해도 5.18을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5.18엔 이미지와 소리를 넘어선 실체가 있다.
5.18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인 현실이었고 5.18은 끊임없는 운동의 에너지가 되어 오늘의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삶 속에 5.18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러나
젠장맞게도
그 민주주의가 이명박이를 뽑았고 한나라당에게 과반수를 쥐어 주었다.
그 민주주의 사회의 경찰이 시민을 사냥하며 뻔뻔하게 고개를 치어든다.
5.18 앞에서 이런 사태는 얼마나 부끄럽고 참담한 일인가.  

영화의 끝부분에서 여주인공은 잠든 광주 시민들에게 확성기로 계속 이야기한다.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그렇다. 영화는 어찌되었든
5.18은 잊어서는 안된다.
올해 5월에 광주 망월동을 방문했지만 어느덧 까맣게 잊고 있었던 5.18을 되살려준
화려한 휴가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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