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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by [비상식량모음/책 보고]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등의 책으로 주목받는 소장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우석훈 박사와 전직 지 기자 박권일의 공저, IMF 경제위기 이후의 10년 동안의 급격하게 격화되고 있는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외국의 변화들과 비교하며, 세대간 불균형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환기시킨다.


88만원 세대를 이제야 읽었다.
재미없는 내용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 특유의 무한경쟁 체계를 세대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88만원 세대가 아니다.
나는 '훌륭한' 대통령까지 배설한 명문 고려대학교 학생이고 우리 세대 안에서 보면 여러가지로 강자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육체제 안에서 대체로 승자였고 칭찬받는 엘리트였다.
돈이 필요하면 힘든 편의점이나 주유소 알바를 하지 않아도 시급 2만원을 왔다갔다 하는 과외를 할 수 있다.
학벌체제 속에 기생해서 과외를 통해 부당하게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나도 뷔페나 골프장과 버거킹에서 힘든 알바를 한 적도 있었지만
함께 일했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경험삼아' 잠시 할 수 있는 처지였다.
또한, 나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름 학점과 영어점수를 비롯한 각종 스펙을 쌓아두었으니
앞으로의 취업에서도 적어도 88만원짜리 비정규직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강자의 위치에 있는 나는  행복하지 않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위치를 유심히 돌아보니 '나는 강자였다'고 알 수 있었을 뿐이다.
나는 늘 힘들고 우울하다. 나 역시 축 처진 패배자이고 88만원 세대이다.
그만큼 이 경쟁체제는 아무에게도 안락한 여유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체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내가 나름 이 경쟁체제를 비판하며 이 체제의 작동원리를 파악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음에도
이 체제의 작동원리는 나에게도 깊이 내면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불행한 것이다.
내가 강자인줄도 모르고 늘 이 경쟁체제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기고 또 이기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체제가 나를 만들었겠지만 나에게도 잘못은 크다.

20대나 10대나 소비와 경쟁의 논리가 철저히 학습되어 내면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 차원의 반항과 저항은 불가능해 보인다.
68세대, 386세대. 활기차고 뜨거운 이름이다.
그들처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비와 경쟁의 논리가 철저하게 내면화 된 오늘의 우리들이
조직적이고 대대적인 저항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과의 싸움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소비와 경쟁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창조적이고 따뜻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바꾸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지겨운 일이 될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을 똑똑히 의식하며
내가 하는 일, 나의 생각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더 나은 대안은 없을지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매사에 그렇게 하기는 참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할 수 없다면 이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은 한 줌도 없어질 것 같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내 안에 내면화되어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부터 찾아내고 도려내야 한다.  
일단 프랜차이즈 편의점 대신 우리 동네에 아직 남아있는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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